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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성공하는가?

정체성

정체성의 철학

 

 

부부 간에 대화를 하면 왜 다툼만 나는걸까?

사람들은 왜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걸까?


부부의 대화

채널을 돌리다가 EBS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멈추었다. 늦은 저녁 부부가 어머님을 만나고 차를 타고 돌아가는 중의 모습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정체성(Identity) 이론

어두운 차 뒷편에는 아내와 어린 아이가 타고 있었고, 남편은 앞자리에서 운전하고 있었다.

뒤에 있던 아내가 어머니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잠시만 말하고 끝냈으면 좋았겠지만, 그 흉은 꽤 오래 갔다. 집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남편이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차를 세우고 내리면서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중간에 아이는 엄마 아빠 싸우지 마 라면서 울었다.

아내는 지지 않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냐고 남편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자기 짐만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아이를 안고 짐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에 아내가 나와서 짐을 들어줄려고 하자 남편은 아 됐어 하면서 뿌리쳤다.

 

거기까지만 보다가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다. 지인에게서 온 전화였는데, 몇 가지 질문이 있어서 대답했다. 전화를 마치고 오니 프로그램이 끝나 있었다.

 

부부의 대화는 왜 다툼이 잦은걸까?

 

오전에 서당(書堂)에서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다. 자신은 구례출신인데, 본적을 옮기지 않고 있단다. 그래서 필요할 때 구례로 내려가서 직접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곁에서 그걸 보던 사모님이 굳이 그렇게 고생할 필요없이 본적을 서울로 옮기면 오히려 편하지 않겠냐고 했단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사모님은 뭐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냐고 했다. 너무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좀 고치라고 했다.

 

선생님은 그 일화를 말하고 난 다음, 자신이 화를 낸 이유는 사모님이 한 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단다. 자신이 어릴 때 자란 고향인 구례에 대해서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서 겪었던 수 많은 일들이 성장해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의 주요한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라는 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과 다름이 없다. 물론 사모님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위해서 한 말인데, 화를 내니 이상한 일이었다. 별 것도 아닌데 화를 낸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EBS 다큐멘터리에 나온 부부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입장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은 남편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을 키워 준 어머니는 그 자체로서 자신의 성격 형성과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아내는 너무 쉽게 어머니에 대하여 비판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내는 그것이 남편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건드리는 말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편하게 계속 어머니에 대한 불평을 하였던 것이고, 남편은 참다가 화를 낸 것이다. 남편이 스스로 가진 정체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아내는 별 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는 것이 더욱 서운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이 화내는 것을 못 참고 다시 받아쳤다. 그래서 부부의 다툼은 더욱 격화되고 언성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중간에서 아이는 엄마 아빠 싸우지 말라며 울먹였다. 아내는 왜 또 화가 났을까?

 

아마 아내는 어머니와 있는 동안에 불편함과 서운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남편을 만나면서 해소되면서 안심을 하게 된다.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남편은 그것을 이해하기는 커녕, 자신을 몰아부쳤다. 이런 억울한 경우라니…

 

아내의 정체성은 아이와 남편, 자신이 가꾸고 있는 가정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어머니와의 마찰이 있었고, 그것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남았다. 어떻게든 이것을 풀어야 하는데, 남편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화를 낸다.

 

그제서야 나도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이 자꾸 큰 언쟁으로 비화되는 것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자주 했다. 말을 할 때마다 그러한 습관이 있는 것 같고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 중에 나의 정체성 또는 본질적 고민이나 회피하고자 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 그 때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아내는 또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달려든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아내가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아내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오래 살면 잘 알게 된다는 것은 사실 오해이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살아오면서 형성한 자신의 정체성, 즉 어떤 에고를 형성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아내를 설득시킬 수 없다. 아내도 나를 안다고 하지만, 그것은 나의 습관이나 일상 생활 속에 나타난 패턴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형성한 에고를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나의 정체성을 나는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

 

화해의 방법

그제서야 TV에서 보았던 아내의 화가 이해되었다. 그 남편은 먼저 아내에게 오늘 고생이 많았지? 어머니가 좀 까다로운데, 그래도 당신이 잘 해줘서 고마워 라고 이야기를 던졌다면 어떨까? 이 말은 아내가 가진 수고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다. 아내가 자신의 여인이면서, 아이의 엄마에 대해 더 많은 중점을 둔 정체성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르면서 그 사람을 위한다고 가볍게 던지는 말은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건드리는 것이 된다. 반대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고 그 정체성을 치켜 세워주는 것이 진정한 칭찬이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르면서 칭찬하는 것을 아부나 아첨이라고 한다. 영혼이 없는 칭찬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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